8장 알려줘 너의 행복한 순간

여름이 한껏 무르익은 오후.

햇볕이 두꺼워졌다.
나뭇잎들이 짙은 초록으로 차올라 있었다.
골목 안까지 볕이 길게 들어왔다.

냠냐미는 얌얌이집 앞에
햇볕을 피해 앉아 흥얼대는 중이었다.

(냐— 냐냐— 냐냐—)

꼬리 끝에 하늘빛이 옅게 돌았다.
앞발 끝에도 같은 빛이 물들었다.
흥얼댈 때마다 그 빛이 천천히 번졌다가, 멈추면 다시 잦아들었다.

냠냐미는 요 며칠동안
머릿속을 더듬으며 노래를 만들고 있었다.

펠다들이 오고 가는 사이,
노래는 조금씩 모양을 갖춰갔다.

뭔가 아직 부족하냐미.

앞발로 턱을 괴었다.

어딘가 아쉽냐미.

골목 입구에서 발소리가 났다.

원이 왔냐미~! (냐~)

퇴근길인 듯 가방을 메고 있었다.

“구미묘!”

원이가 익숙하게 사료 그릇을 살피다,
멈칫했다.

‘어?’

그릇이 생각보다 비어 있었다.

‘어제 넉넉히 채워뒀는데.’

원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냠냐미를 봤다.

‘프리미엄이라 그런지 전보다 훨씬 잘먹네.’

냠냐미는 앞발을 핥고 있었다.

원이가 미소를 지으며, 사료를 다시 채웠다.
같은 양을 가져왔는데, 그릇이 다 차지 않았다.

‘아이고, 한번 더 다녀와야겠다.
혼자서 이만큼이나 먹다니... 그래도 냠냐미 잘 먹으니 좋다.'

조금 뒤,
연이가 들어왔다.

“어! 원이 씨도 계셨네요.”

“오, 안녕하세요.”

연이가 종이가방을 흔들어 보였다.

“오늘은 닭가슴살 사왔지!
냠냐미 이거 좋아할 것 같아서.”

오예 그건 또 처음 보는 거냐미!

냠냐미가 쪼르르 다가갔다.

둘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느새 익숙해진 골목이었다.

연이가 문득 물었다.

“정이 씨는 매일 새벽마다 뛰시나 봐요?
오는 길에 몇 번 만나서 인사했어요.”

원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몇 번 인사했어요.
여기서처럼 대화는 못 하고, 눈인사만요.
정말 부지런하시더라고요.”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골목 안으로 정이가 들어왔다.

평소처럼 운동복 차림이었다.

그런데 어딘가 평소와 달랐다.
무뚝뚝한 표정이 오늘따라 더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정이 씨!”

연이가 반갑게 손을 흔들다가
정이의 얼굴을 보고 흔들던 손을 멈췄다.

“...무슨 일 있어요?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데.”

정이가 멋쩍게 모자를 고쳐 썼다.

“...아뇨.
그냥, 좀.”

정이는 낮은 담벼락에 걸터앉았다.
평소보다 느린 움직임이었다.

냠냐미가 정이 쪽을 가만히 봤다.
평소 그 단단하던 기운이, 오늘은 어딘가 가라앉아 있었다.

인간바위가 오늘 유난히 무거워 보이냐미.

정이는 한참 말이 없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실 요즘 폼이 전만큼 안 올라와요.”

연이와 원이의 몸이 정이를 향했다.

“...그래서 훈련을 더 늘렸어요.
새벽에도 뛰고, 밤에도 뛰고.”

정이가 신발 끈을 고쳐 맸다.

“재활은 끝났는데... 몸이
예전 같지가 않으니까...”

땅을 쳐다보며 말하는 정이의 어깨가 자꾸만 아래로 내려갔다.

“가족들은 나이가 있으니, 자꾸 몸 상하게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얼른 안정적인 다른 일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잠깐 셋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다.

...

“어렸을 때부터 이 길만 걸어서.
다른 선택지를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후.”

셋 사이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열심히 하는데 제자리인 느낌.
그게 제일 답답하네요. 허허"

정이가 작게 웃었다.
웃는데 눈은 웃지 않았다.

원이는 그 표정을 알 것 같았다.

면접실에서 "여기는 학교가 아닙니다" 소리를 듣던 날.
자기도 저런 얼굴이었을 것 같았다.

원이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있었다.

냠냐미가 가라앉은 정이를 가만히 봤다.

...오늘은 진짜 무거운 기운이냐미.

냠냐미는 방울을 만지작거렸다.

‘흠... 비상용에 아직 못 옮겼는데냐미...’

냠냐미는 손에 방울을 쥐고 놓지 못했다.

‘...마지막.. 하나냐미..!’

......

냠냐미는 제자리에서 머뭇거리며 생각에 빠졌다.

머릿속에서 두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의 마음에나 사는,
말리는 소리와 떠미는 소리였다.

‘하나는 비상용으로 옮겨야지! 그렇게 감정에 휘둘리면
굶어죽는거야.’

‘비상용으로 옮겨도, 그 다음에 꺼낼 냠냠볼은 이거야.
정이의 얼굴을 봐. 줄 수 있을 때 주는 것도 감사한거야.’

‘지금 네 냠냠볼도 넉넉하지 않잖아. 당장 다들 바빠서
사료고 뭐고 없으면? 진짜 집주인이라도 나타나서 쫒겨나면?’

‘길 잃었을 때 기억안나? 그때 정이 아니였으면 지금 길고양이였어.’

아악!! 알겠냐미 그만! (냐냐앙)

‘그래. 집도 다시 데려다 줬는데! 이 몸은 은혜를 아냐미.
바위에게..! 냠냠볼파워로 기운을 줘야겠냐미.’

냠냐미가 마음을 굳히고, 앞발을 크게 휘저었다.

‘이왕 주는 거! 기분좋게 해 주자냐미.
지금 이게 필요한 건 나보다도 정이냐미.’

우울한 기분은 이 몸이 날려주겠냐미~
멋진 거 보여주겠냐미!
(냐앙~~)

냠냐미가 목의 방울을 앞발로 건드렸다.

톡.

방울이 조용히 열렸다.

머릿속으로 없다고 생각하며 아꼈던 비상용 방울을 생각했다.

‘그래... 그래도.. 아직 두 개가 있으니까냐미... ’

냠냐미는 심호흡을 하며 안에서 마지막 냠냠볼을 꺼냈다.

그 순간

텅 빈 방울이, 희미하게 푸른빛을 내더니 소리 없이 사라졌다.

“어?”

연이가 눈을 깜빡였다.

“방금 방울, 없어지지 않았어요?”

원이도 봤다.
분명히 거기 있던 작은 방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저 초코볼을 다 먹으면, 방울은 사라지는구나..’

냠냐미는 손바닥 위의 냠냠볼을 진지하게 보고 있었다.

원이와 연이가 그걸 보고 눈을 마주쳤다.

"어, 저거."

"나온다 나온다."

방울이 사라진 건 잠깐 잊고,
둘은 이미 아는 묘기에 눈이 갔다.

정이만 영문을 몰랐다.

“뭐하는 거예요?”

냠냐미가 진지한 표정으로 정이를 한 번 흘긋 봤다.

잘 보라냐미~! (냐앙)

그리고 오른발을 높이 들었다.

탕-

냠냠볼이 정확히 반으로 갈라졌다.

“...!”

정이의 눈이 커졌다.

연이가 손뼉을 쳤다.

“꺄~~! 다시 봐도 신기하다. 우리 냠냐미~~
얘 이거 진짜 잘해요!”
정이의 굳어 있던 얼굴이, 자신도 모르게 풀렸다.

‘히힛. 풀린 얼굴이 훨씬 예쁘냐미. ...주길 잘했냐미.’

원이도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두 번 봐도 놀랍네요.
맞다 박수.”

(짝짝짝~)

연이의 손뼉에 원이의 박수가 더해지자 정이도 따라서 쳤다.

원이는 정이에게 소곤댔다.

“박수 쳐줘야 눈 떠요 크크”

냠냐미가 어깨를 으쓱했다.
하늘로 치켜든 콧구멍이 벌름거렸다.

분위기가 환해졌다.
무거웠던 공기가 한결 가벼워졌다.

정이는 자기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거지..?’

방금 전까지 가슴을 누르던 것들이,
이 작은 고양이가 발로 초코볼을 탕 내려치는 걸 보는 동안만큼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희한하네.'

'...이 작은 고양이는 나에게 마법을 부리는 걸까.'

냠냐미가 반쪽을 입에 넣고, 반쪽을 정이에게 내밀었다.

먹어보라냐미. 힘이 날 거냐미. 히히 (냐옹)

정이가 물었다.

“근데... 고양이는 초콜릿 먹으면 안 되지 않아요?"

원이가 말했다.

"김밥도 잘 먹어요.”

연이도 덧붙였다.

“맨날 달고 다니는 저 비상식량이 초콜릿이에요.”

정이가 신기하다는 듯 대답했다.

“아하... 그렇군요.”

정이가 연이와 원이를 쳐다봤다.

연이가 손바닥을 보이며 웃었다.

“또 먹고 싶지만~~! 저는 먹어봤으니 패스~”

원이도 웃었다.

“먹으면 정말 기운이 나더라구요. 맛있어요.”

정이가 조심스럽게 받아 천천히 입에 넣었다.

겉의 화이트 초콜릿이 사르르 녹았다.
살짝 씁쓸한 파란 가루. 다크 초콜릿. 캐러멜. 마지막에 너트까지.

따뜻한 것이 목을 타고 발끝까지 내려갔다.

정이 주변에 푸른 기운이 일렁였다.
주변 소음이 갑자기 작아지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 순간이었다.

정이의 모습 위로,
하늘색 세잎클로버 잔상이 비쳤다가 사라졌다.

냠냐미가 말했다.

“힘나냐미?” (냐앙?)

정이가 놀라서 멈칫했다.

“응??...방금.”

손가락으로 본인을 가리켰다.

“...나한테 말을..?”

원이와 연이가 마주 봤다.
둘 다 알 것 같다는 얼굴이었다.

연이가 웃었다.

"저도 처음에 그랬어요."

원이가 말했다.

"카페인처럼 묘하게 힘이 돌고.
그러다 얘 말이 들리는 것처럼 느껴져요."

정이가 냠냐미를 봤다.

냠냐미가 정이를 빤히 봤다.

“오호. 정이도 들리냐미!” (냐옹!)

정이가 자신의 두 손바닥을 내려봤다.

“고양이의 말을 듣다니. 저번에도 기분탓이 아니었나.”

연이가 정이를 보며 말했다.

“잠깐이지만, 신기하죠?”

원이가 덧붙였다.

“냠냐미가 가끔 길~게 울 때가 있는데,
그때도 귀가 먹먹해졌다가 마는데, 잠깐동안 뭔가 말이 들리는 것 같고 그래요.”

둘의 말을 들은 정이가 작게 웃었다.
이번엔 눈도 같이 웃었다.

"여기, 진짜 희한한 데네요.“

자신의 양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냠냐미가 오물거리며 말했다.

“캬. 에너지가 도르르르 도는 거냐미.” (냐냐~)

연이가 사라진 방울을 떠올리며 말했다.

"근데 아까 그 방울.
그게 마지막이었나 봐요."

"그러게요. 냠냐미 이거 아껴 먹는 것 같던데. "

연이가 정이 대신 감동받은 얼굴로 말했다.

"소중한 거였을 텐데.
...우리한테 나눠 주고 싶었나 봐. "

“먹으면 기운 나는데 직빵이냐미~” (냐~)

원이는 냠냐미가 털 깊숙한 곳에 소중하게 숨겨둔
또 다른 방울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셋은 자연스럽게 냠냐미 이야기를 했다.

연이가 밝게 말했다.

"맞아요~~! 나도 그래요. 여기 오면 다~~ 잊어버려.
행복이 뭐 별거 있나 싶다니까요~"

그러더니 냠냐미를 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냠냐미는 언제 제일 행복해?"

음?

냠냐미가 고개를 갸웃했다.

진지하게 생각하는 표정이 됐다.
입을 열자 행복한 순간들이 줄줄이 나왔다.

...가로등 아래에 비치는 빗방울 볼 때, 물웅덩이에 동그라미 볼 때

잘 곳 있을 때, 먹을 걱정 없을 때

반갑게 인사할 때, ...누군가 좋아서 곁에 있어줄 때

펠다들이 행복할 때

아, 그리고.

냠냐미가 셋을 한 번 둘러봤다.

이 몸이 예쁠 때냐미~.

(냐~)

연이는 완벽하게 알아듣지 못했지만, 기분 좋게 웃었다.

"귀여워~~!"

냠냐미가 이번엔 셋을 빤히 보며 물었다.

그럼 (냐?)

너희는 언제 행복하냐미? (냐아냐~~?)

고개를 갸웃하며 한 명씩 봤다.
같은 질문을 묻는 게 분명했다.

정이가 이 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
더듬더듬 말했다.

“냠냐미가... 우리한테도 묻는.. 거 같은데요..?
행복..? 흠 행복이라..,”

......

“...사실 생각을 잘 안 해보고 사는 것 같기도 하네요.. 갑자기 생각하려니 허허..”

연이가 먼저 답했다.

“행복이라... 음 저는 사람들이 안목이 뛰어나다고 댓글 달아줄 때!”

잠깐 생각하더니 덧붙였다.

“그리고... 일 다 끝내고 주말에 콘서트 갈 때 캬~ 행복합니다~!”

원이는 한참 생각했다.

“저는 별거 없는데. 음..”

“누가 날 필요로 할 때? ..도와줄 수 있을 때...
챙겨주면서 오히려 제가 힘을 얻는 것 같기도 하고.”

......

“그냥 마음 편하게 웃고 떠들 수 있는 순간이 행복해요.
여기 와서 얘 보고 갈 때.
요즘은 이 시간이 그래요.”

원이가 소탈하게 웃었다.

정이가 천천히 입을 뗐다.

"저는... 흠...
꿈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고 느낄 때.
그, 땀 흘리는 시간이 행복해요."

그리고 잠깐 말을 끊었다.

“근데.”

......

“요즘은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 같아서.”

“모르겠어요. 뭐가 행복인지.
꿈을 꾸는 과정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보이는 결과가 행복이었던 걸까요, 후.”

냠냐미가 정이를 한참 쳐다봤다.

좋아하는 걸 말하는 셋의 눈에 작은 빛이 돌았다.

냠냐미는 그 빛을 안다.
어디서든, 누구든, 좋아하는 걸 할 때 눈에 작은 빛이 돈다.

셋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이어갔다. 별것 아닌 사는 이야기였다.

“그거 봤어요? 이 정원에 엄청 큰 버드나무 하나가 들어왔대요.
수호수, 수호수.”

“오 정말요? 그 칸막이 치고 뭐 공사하는 것처럼 해둔 게 그거였구나.”

그때, 풀밭 위로 파란 것이 하나 날아들었다.
나비였다.

‘와 파란 나비냐미!’

냠냐미는 파란 나비를 따라갔다.

그때 원이가 말했다.

“냠냐미! 멀리 가면 안 돼. 또 길 잃을라!”

정이가 말했다.

“또 잃으면, 또 데리고 오죠 뭐. 편하게 놀고 와~”

나비가 풀밭 한쪽으로 팔랑팔랑 내려앉았다.
냠냐미가 폴짝, 그 뒤를 따랐다.

연이가 소리쳤다.

“냠냐미~~ 거기까지 오케이~~
더 멀리는 안 돼~”

그리 멀지 않은,
풀밭의 냠냐미를 확인하고 셋은 대화를 이어갔다.

클로버가 잔뜩 돋은 풀밭이었다.
여자아이 하나가 쪼그려 앉아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우는 애를 업은 엄마가 여자아이를 재촉했다.

“이제 그만 가자. 저녁 먹어야지.”

“행운의 네잎클로버... 오늘도 못 찾았는데...”

여자아이는 아쉬운 얼굴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그리고 수풀을 지나 엄마에게 갔다.
수풀이 한 번 조용히 흔들렸다.

냠냐미도 옆에 슬그머니 앉았다.

세잎클로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어? 이거 원이 닮았냐미?

호오 그럼 연이도 있겠냐미.

냠냐미가 코를 박고 풀숲을 더 뒤졌다.

오오. 연이 찾았냐미!

히히. 정이는 어디있냐미~.

잎 하나가 봉긋하게 솟은 클로버가 여럿 있었다.

호호 정이가 많냐미!

냠냐미는 그중 가장 큰 클로버를 골랐다.

흐흐흐 셋 다 금방 찾았냐미.

냠냐미는 클로버 세 개를 입에 조심히 물었다.

파란 나비는 어느새 보이지 않았다.

연이가 냠냐미를 보고 물었다.

"어, 냠냐미 뭐 물고 왔어?”

비밀이냐미. 히히.

냠냐미는 물고 온 클로버를
얼른 방석 밑에 소중히 밀어 넣었다.

“풀 뜯으면서 잘 놀다 온 거 같은데요. 허허.”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연이가 손뼉을 쳤다.

“우리 진짜 소풍 가요!
저번에 말만 했잖아요~”

원이가 눈을 들었다.

“진짜로요?”

"네! 추워지기 전에.
좋은 날 딱 잡아서. 소풍하면 봄 소풍, 가을 소풍 아니겠어요?
봄에는 우리가 몰랐으니까 가을에 딱! 날씨도 요즘 딱~!”

“냠냐미 덕분에 알게 된 인연인데,
펠다 동지들? 냠냐미와 펠다들 어때요. 흐흐”

정이가 작게 웃었다.

“냠냐미와 펠다들이라 좋네요.
그날은 꼭 시간 맞춰 올게요.”

원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좋아요. 그날은 미리 휴가 낼게요.”

연이가 기분좋은 듯 외쳤다.

“제가 차로 모실게요. 크크.”

냠냐미가 셋을 번갈아 봤다.

냠냐미와 펠다들???
꺄~~ 너무 재미있겠냐미~~~ 으히히

꼬리가 바닥을 탁탁 쳤다.

“오 예보를 보니 다음 주 주말에 보름달이 뜬대요.
이거 누가 앞장서서 확실하게 해야 놀러 가지~
안 그러면 못 모이고 가을 끝나요.
다음 주 주말! 다들 어때요? ”

말이 나온 김에 진행을 해야 놀러 갈 수 있다는 말에
다들 머리를 끄덕이며 날짜를 정했다.

말로만 흩어지던 약속이, 또렷해졌다.

다들 돌아가고 골목에 혼자 남은 냠냐미는
방석 위에 올라가 웅크렸다.

‘나중에 스케치북으로 옮겨야겠냐미 히히’

냠냐미는 정이의 마지막 말이 자꾸 맴돌았다.

...뭐가 행복인지 모르겠다고 했냐미.

냠냐미가 작은 머리를 굴렸다.

행복은 빗방울 같은 거 아니냐미?
작고, 많고, 어디에나 있는.
찾는 만큼 다 내 행복이냐미.

그때 머릿속에서 좋은 생각이 스쳤다.

아.

냠냐미의 눈이 반짝였다.

행복이 뭔지, 노래로 들려주면 되는 거냐미!
펠다들의 행복을 노래로 만들어서 불러주는 거냐미~~
냐하하 몰래 준비해서 깜짝 놀라게 해 줄 거냐미~~ 히히

신이 난 냠냐미가 흥얼대기 시작했다.

(냐— 냐냐— 냐냐— 냐냐)

꼬리에, 네 발에 하늘빛이 돌았다.

흥얼대는 사이로, 지나간 말들이 하나씩 얹혔다.

네가 나로 인해 행복해질 때...

나는 그게 좋냐미.

행복이 뭐냐고 물었냐미.

(냐— 냐냐—)

여기서 같이 웃고 떠드는 게 행복이 된다면.

언제라도 이리로 오라냐미.

내가 그 행복이 되어주겠냐미.

너희는 정말, 멋진 사람들이냐미.

가락이 조금씩 모양을 갖춰갔다.
아까보다 또렷한 가락이었다.

그래도 아직, 어딘가 한 자리가 막혔다.

(냐냐— 냐... 냐?)

흠. 여기가 자꾸 막히냐미.

냠냐미가 흥얼대다 말고,
펠다들이 사라진 골목 쪽을 가만히 봤다.

막힌 자리에, 하고 싶은 말이 하나 걸려 있었다.
차마 노래에 넣지 못한 말이었다.

...

‘다들......
오늘이 지나도,
내 곁에 있어주면 좋겠냐미...’

냠냐미는 그 말을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그냥 가슴 안쪽에 담아두었다.

얌얌이집 처마 아래.
꺼진 라디오 위로, 차오른 달빛이 가늘게 앉았다.

달이 거의 둥글어져 있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꽉 찰 것 같은 달이었다.

카드 위의 푸른 잎이
끝부터 바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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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알려줘 너의 행복한 순간」 끝 · 9장에서 계속 — 초대 1 / 지구 (여름 5~8장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