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세 별은 같은 곳에 모여
며칠 사이 여름은 더 무르익었다.
거리에서 달큰하게 익은
과일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
“으. 더워...”
원이는 사료 봉지를 들고
골목을 돌았다.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오늘은 드디어
일이 일찍 끝난 날이었다.
오랜만에 냠냐미를 볼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얌얌이집」
원이는 그 앞에서 멈췄다.
다 먹은 간식 껍데기가
종류별로 놓여 있었다.
‘매일 오시는 건가?’
원이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
며칠 전,
원이는 일이 늦어져
딱 하루 오지 못했다.
‘그 작은 초코볼...
몇 개 안 남았을 텐데...’
그다음 날 밤,
원이는 조용히 골목을 들렀다.
그릇 옆에는 처음 보는 츄르 두 개가,
껍데기 끝까지 야무지게 접혀 있었다.
‘내가 없을 때도 누군가
냠냐미를 챙겨주고 있구나.’
원이는 소리 없이 사료를 채우고,
물을 갈아 주었다.
널려 있는 츄르 껍데기를 집어
손목에 건 비닐에 담아 일어났다.
‘다행이다.’
원이의 입가가 풀렸다.
냠냐미가 잠꼬대를 했다.
우오오... 여긴 어디냐미...
(우오오... 냐아아...)
‘역시 귀여운 게 최고지.’
원이는 잠시 동안 냠냐미를 보다가
다시 조용히 돌아갔다.
✦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었다.
사료 그릇에는
오늘도 사료 한 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원이는 깨끗한 물을 채우고,
남겨둔 한 알 위로 사료를 가득 부었다.
봉지 끝을 손으로 받쳐
소리를 내지 않는 건 이제 능숙해졌다.
‘근데... 날이 더워서 그런가,
간식을 이렇게나 먹고, 사료를 매번 다 먹네.’
츄르 껍데기를 모아
손목에 건 비닐에 넣었다.
‘하긴 여름 나려면
많이 먹어야지.’
원이는 주위를 둘러보고,
평소처럼 주변 쓰레기까지
싹 챙겨 일어섰다.
✦
원이는 빈 방석을 보고,
골목 안쪽을 봤다.
‘냠냐미 산책 갔나 보네.’
‘오늘은 시간도 여유로운데
기다렸다가 인사하고 가야지~’
✦ ✦ ✦
연이가 골목 입구로 들어왔다.
원이가 돌아봤다.
낯선 사람이었다.
밝은 곱슬머리.
목에 가는 은색 체인.
손에는 투명한 봉지를 들고 있었다.
연이가 멈칫하다, 물었다.
“혹시, 이 고양이 보러 오셨어요?”
원이가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연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아! 저도요.”
연이가 봉지를 들어 보였다.
“오늘은 새로운 간식으로
준비했는데. 금방 오겠죠?”
원이가 봉지 속
간식을 봤다.
‘냠냐미 간식을 매일
두고 가는 사람이구나.’
연이는 원이 손목에 걸린 비닐을 봤다.
“저 혹시 여기 쓰레기인가요?”
“아. 네. 사료 갈아 주러 오면서
같이 치우느라...”
연이가 놀라며 양 손바닥을 내밀었다.
“주세요. 제가 치울게요.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걸요.
치워야 마음이 편해서...”
“당일에 먹은 건 제가 들고 가는데
넉넉히 먹으라고 몇 개를 더 두고 갔거든요.
저도 모르게 신세를 지고 있었네요.”
“아니에요. 못 올 때 굶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감사합니다.”
“에이 아니에요. 같이 보러 오는 입장에서.
이리 주세요. 제가 가는 길에 버릴게요.”
“아, 아녜요. 제가 버리는 게 편해서요!”
✦
둘은 어색하게 서 있었다.
......
원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근데,
여기는 어떻게... 오셨어요?
길에서 잘 안 보이는 자린데.”
연이가 생각하더니,
머쓱하게 웃었다.
“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어떤 노랫소리 같은 게 들려서...
따라왔더니 여기더라고요.”
원이가 눈을 크게 깜빡였다.
“노...래요?”
“네. 뭔가 소리이긴 한데...
이걸 노래라고 해야 할지... 애매하네요.”
원이는 놀라며 입을 가렸다.
‘나만 경험한 게 아닌 건가...?’
“저, 저도요.”
“오! 정말요? 다른 사람은
아무도 반응이 없어서,
저만 듣는 건 줄 알았는데.”
“네. 저도... 처음에 그랬어요.
노랫소리 같기도 한 어떤 소리랄까...?
그 소리를 따라가면 냠냐미가 있더라구요.”
“와 저랑 정말 똑같아요!!”
“처음엔... 제가 이상한가 했는데
근데 그 이후로는 못 들어봤어요.”
“진짜 신기하네요. 저도 그래요.”
✦
연이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동료를 만나게 되다니
너무 반갑네요.”
원이도 작게 웃었다.
“냠냐미가 노래하는 소리일까요?”
연이가 턱에 손을 대고
생각하는 척을 했다.
“처음 만난 날 줄 게 없어서
다음날부터 매일 간식을 두고 갔는데...
보통 저 혼자 떠드느라. 하하.”
“아하 어쩐지 냠냐미 배가
점점 동그래지더라구요.”
“아~ 취향을 몰라서 하나씩 사 왔더니
그렇게 되었네요. 크크.”
“자는 냠냐미 표정이
아주 행복해보였어요.”
“다 잘 먹어서 요즘은
이렇게 적당히! 준비하고 있죠~”
연이가 봉지를 들어 보이며 웃었다.
“언제 한번, 냠냐미 노래도
들어보면 좋겠네요. 그쵸? 크크.
너무 귀여울 듯.”
원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 무렵,
냠냐미는 길을 잃었다.
(냐 냐냐 냐냐— 냐냐—)
(냐냐냐냐...)
아침부터 그 가락이었다.
막히던 자리가 오늘은 풀릴 것 같았다.
흥얼대다 보니 꼬리부터
하늘빛으로 물든 네 발이 저절로 움직였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냐 냐냐 냐냐— 냐냐—)
(냐냐냐냐...)
집중하다 보니
발이 어디로 가는지 보지도 않고 걸었다.
✦
얼렐레...
문득 멈춰보니,
처음 보는 자리였다.
낯선 풍경. 낯선 길. 흰 가림막.
‘여기는... 어디...냐미?’
✦
평소엔 집 근처만 돌았다.
새로운 곳을 갈 때는
일직선으로만 걷고 돌아왔다.
가락에 정신이 팔린 사이,
너무 멀리 와 있었다.
냠냐미의 꼬리가
바닥으로 추욱 처졌다.
열심히 두리번거렸지만,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
집...이
어디로 갔냐미?
‘다시 길바닥 신세는 싫냐미...’
냠냐미의 까만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그래도! 움직여야
집을 찾는 거냐미!’
냠냐미는 일단
자신 있게 직진을 했다.
흠. 모르는 길이냐미.
뒤돌아 반대쪽으로 걸었다.
음. 원점이냐미.
✦
냠냐미의 발이
갈 곳을 잃고 멈췄다.
냐앍.
냠냐미의 귀가 바짝 납작해졌다.
작은 몸이 갈림길
한가운데에 멈춰 섰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냠냐미는 잔뜩 울상이 된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 ✦ ✦
정이는 마지막 바퀴를 뛰고 있었다.
러닝을 추가한 지 며칠째였다.
그 주황색 집을 들렀다 갈 생각에
어제보다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
지이잉.
워치가 울렸다.
엄마였다.
[정이야 잊지 말고,
보내 준 한약 하루에 한 팩씩 꼭 마셔.]
‘아. 맞다. 깜빡했네.
자기 전에 하나 마시고 자야지.’
정이의 발걸음은
점점 가벼워졌다.
‘얼른 다 돌고, 잠깐 보고 와야지.’
지이잉.
엄마였다.
[엄마 아는 사람 아들도 이거 먹고
다 회복했다더라. 재료가 백프로 국산이래.
몸이 건강하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빼곡한 엄마의 마음은
워치에 다 담기 어려워보였다.
...
정이의 발이 반 박자 늦게 땅에 닿았다.
‘이럴 때가, 맞나.’
‘엄마는 나만 이렇게 걱정하시는데.’
...
‘훈련도 오히려 늘렸잖아.
잠깐도 안 되는 걸까.’
...
정이는 화면을 끄고
발끝으로 땅을 더 밀었다.
정이의 발걸음이 다시 무거워졌다.
‘그래. 중요한 시기잖아.
지금 고양이 보러 갈 때가 아니야.’
정이는 다시 페이스를 올렸다.
오른쪽 다리가 묵직했지만,
페이스를 줄이지 않았다.
이어폰 너머로
드럼이 규칙적으로 울렸다.
‘오늘도 다 뛰었다.’
정이는 숨을 고르며, 천천히 걸었다.
흰 가림막을 지날 때였다.
‘어?’
✦
갈림길 한가운데.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목에 하늘색 리본.
풍성한 꼬리.
그 하얀 고양이였다.
✦
정이가 멈췄다.
멈춘 발 대신
심장이 더 크게 뛰었다.
정이는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
고양이의 눈이 평소와 달랐다.
초롱초롱한 눈이
어딘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정이는 이어폰을 빼고
주머니에 넣었다.
✦
‘급하게 다가가면 놀라겠지.’
정이는 평소처럼 거리를 둔 채
한 걸음씩 다가갔다.
‘여기는 집에서 꽤 먼 곳인데...
왜 여기까지 나왔지?’
둘의 그림자가 닿았다.
✦
냠냐미가 정이를 보자
반가운 기색을 보였다.
조용한 바위냐미~!
(냐아앙아나낭냥!!)
냠냐미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정이를 봤다.
✦
두리번거리는 머리.
납작해진 귀.
축 처진 꼬리.
어느 쪽으로도 가지 못하는 발.
✦
“혹시.”
정이가 쪼그려 앉았다.
“집을 못 찾았어?”
냠냐미가 정이의 그림자 안으로 들어왔다.
✦
정이가 일어섰다.
‘며칠 전 갔던
그 담벼락 아래로 데려다주면 되려나.’
“가자. 집에 데려다줄게.”
‘내가 보러 간 게 아닌걸.
어쩔 수 없는 상황이잖아.’
정이는 괜히 마음이 가벼워졌다.
냠냐미의 처져 있던 꼬리가
퐁실하게 올라왔다.
✦
정이는 걸음을 뗐다.
고양이가 따라올 수 있을 만큼,
느리게 걸었다.
냠냐미가 정이의 뒤로
한 발 한 발 총총총 따라갔다.
총
총
총
정이는 걷다가 한 번씩
뒤를 돌아보며
냠냐미가 잘 따라오는지 확인했다.
고양이가 너무 멀어지면
걸음을 더 천천히, 속도를 맞췄다.
✦ ✦ ✦
담벼락 아래,
원이와 연이는 아직 거기 있었다.
골목 입구에서 발소리가 나자,
둘이 동시에 돌아봤다.
✦
정이가 들어왔다.
그 뒤로, 냠냐미가 총총총 따라 들어왔다.
“냠냐미!!”
연이가 반갑게 일어섰다.
흐엉. 내 집이냐미!!
(냐항!)
원이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반겼다.
“구미묘!”
연이가 원이를 쳐다봤다.
✦
냠냐미가 쪼르르 달려가
방석 위에 폴짝 올라갔다.
그제야 안심한 듯,
그릉그릉대며 꼬리를 크게 흔들었다.
엉엉. 너무 무서웠냐미.
돌아오지 못하는 줄 알았냐미.
✦
정이가 멋쩍게 모자를 고쳐 썼다.
“길을 잃었더라고요.
저기... 한참 멀리서.”
원이와 연이가 그제야 정이를 봤다.
✦
“...혹시.”
연이가 물었다.
“여기... 이 고양이 보러 오시나요?”
정이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
원이가 정이에게 물었다.
“노래... 듣고... 오셨나요?”
정이의 눈이 커졌다.
“엇. 네...
어떻게 아셨어요..?”
✦
세 사람이 서로를 봤다.
연이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우리 다 똑같네요.”
✦ ✦ ✦
해가 더 기울고 있었다.
세 사람이 얌얌이집 앞에 모여 앉았다.
긴장이 풀린 냠냐미는
방석 위에서 고롱고롱 코를 골았다.
셋은 통성명을 하며
각자 처음 이곳에 오게 된 이야기를
돌아가며 말했다.
펠다들의 목소리가 자장자장 깔렸다.
연이가 잠깐 놀라는 눈으로
무슨 말을 하려다가 멈추고,
원이를 보고 물었다.
“아! 맞다 원이 씨.
아까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구미묘가 뭐예요?”
원이가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아... 냠냐미가 자기는
1800년 된 구미호라
곧 사람이 된다고... 주장을 하길래.”
“하하하. 고양이가 된 여우. 그런 건가요.”
“네. 구미호는 꼬리가 아홉 개라고 했더니
꼬리를 막 가르길래 오 구미묘인가 보다~~
했더니 그게 맞대요.”
원이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궁금증 해결! 감사합니다. 크크.”
✦
연이가 들뜬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요즘 옷이 팔리다 안 팔리다 한다는 이야기.
비싼 특강 날린 날, 여기 와서 푸념한 이야기.
매일 간식을 늘어놓고, 먹는 냠냐미 앞에서 혼자 떠든다는 이야기.
“기분 울적해지면 냠냐미 보러 바로 달려와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매일 기분 좋아요.
매일 오거든요 크크.”
원이도 입을 뗐다.
“저는 얼마 전에 일을 시작했어요.
면접에서 계속 떨어지다가, 겨우.”
“우와! 축하드려요!!”
연이가 제 일처럼 손뼉을 쳤다.
원이도 망친 면접 이야기와
집 근처에서 일을 구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기대보다 은근히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이야기.
그때, 방석 쪽에서 소리가 났다.
...잘했냐미...
(...냐암...)
잠꼬대였다.
셋이 동시에 냠냐미를 봤다.
셋은 소리를 죽여 웃었다.
✦
정이는 거의 듣기만 했다.
그러다 가끔씩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정이는 이런 자리가 편한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이 많으면 먼저 빠져나오는 쪽이었다.
혼자 달리는 아침이 좋은 것도 그래서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자리는 일어서고 싶지 않았다.
지이잉.
정이의 워치가 울렸다.
원이가 정이를 봤다.
정이는 흘긋 보고 화면을 껐다.
✦
냠냐미는 여전히
고롱고롱 코를 골고 있었다.
연이가 정이를 보며 말했다.
“이 공원 산책로 매일 뛰시나요?”
“아 네. 요즘은 저녁이나 밤에도 뛰는데
머리가 비워져서 아침 시간이 제일 좋아요.”
“맞네 맞네! 음료수 타 가신 분!”
“네? 음료수요?”
정이가 연이를 쳐다봤다.
“그날 저 정이 씨 뒤에 있었어요! 크크.”
정이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음료수... 아! 그날.”
“그리고 그다음도요! 여기에서
나가실 때 봤는데 정이 씨 맞죠?”
연이가 달리는 포즈를 하며
팔을 앞뒤로 흔들었다.
“그 일정한 페이스!
볼 때마다 똑같아서 바로 알아봤지요 하하.”
“아 그때 인사하신 분이 연이 씨였군요.
반갑습니다. 이렇게 만나네요.”
“진짜 매일 뛰시나 봐요.
저도 얼마 전부터 여기 매일 와요!”
“네. 루틴이라 매일 뛰고 있어요.”
“얼마나 운동하신 거예요?”
정이는 오른쪽 다리를 슬쩍 쓸었다.
운동 이야기를 하는
정이의 눈에 빛이 돌았다.
✦
원이는 둘의 이야기를 들었다.
연이의 들뜬 목소리와
정이의 낮고 단단한 목소리.
둘 다 이 작은 고양이 앞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었다.
원이는 문득, 일이 바빠진 며칠 동안
얼마나 이 골목을 기다렸는지 떠올렸다.
면접에서 무너진 날,
발이 저절로 이쪽으로 왔던 것.
김밥을 자기도 모르게 두고 갔던 첫 만남.
못 온 날 그 하루 종일 마음이 걸렸던 것.
퇴근길에 들러 조금씩 토실토실해지는
하얀 배를 보고 갔던 요 며칠.
✦
냠냐미의 귀가
목소리가 바뀔 때마다
옆으로 쫑긋쫑긋 움직였다.
연이가 냠냐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맞다. 궁금한 거 또 있었는데.”
둘이 연이를 쳐다봤다.
“저번에 울적한 날에
냠냐미가 초코볼 같은 걸
나눠줘서 먹었거든요.”
“아 냠냠볼이요?”
원이가 물었다.
“냠냠볼인가요. 그게?
맛있더라고요.
힘도 좀 나는 것 같고.”
“냠냠볼 맞아요.
냠냐미가 아끼는 식량 같은 거.”
정이가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때 저한테 펠다, 펠다 그러던데.
그게 무슨 뜻일까요?”
그때,
펠다라는 말에 냠냐미가 눈을 떴다.
‘펠다냐미!’
냠냐미가 기지개를 쭉 켜더니,
셋을 보며, 아주 긴 울음소리를 냈다.
셋의 귀가 잠시
먹먹해졌다가 풀어졌다.
푸른 기운이 세 사람과
냠냐미 주위를 일렁일렁거렸다.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의 이름이냐미~
그리고 나 냠냐미의 행복이라는 뜻이냐미~”
(냐~~~~~)
“냠냐미 곁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다 펠다냐미~~”
(냐~~~~~)
✦
연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냠냐미 곁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펠다??
뭐지? 나 너무 정확히 들은 기분인데.”
연이가 둘을 돌아봤다.
“있잖아요. 저, 가끔 냠냐미 말이 사람 말처럼 들려요.”
“내가 냠냐미의 행복이라는 뜻이라니 완전 좋네요~~”
✦
정이도 고개를 들고 말했다.
“저 고양이 이름이 냠냠이? 인가요?”
연이가 빠르게 대답했다.
“네 맞아요. 냠냠이 아니고~
냠.냐.미! 래요 크크.”
정이가 머리를 긁적였다.
‘곁에 머물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
나는... 펠다인가?’
✦
원이는 말이 없었다.
그 단어가 가슴 안쪽에 닿았다.
펠다.
행복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냠냐미가 자기를 그렇게 불렀다.
✦
연이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럼 저 펠다 1호!”
✦
정이는 그 말을 속으로 굴려봤다.
입술이 아주 작게 움직였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 이름을 자기 입으로 부르고 나니,
가슴 안쪽이 따뜻해졌다.
✦
‘펠다...’
원이는 속으로 그 이름을 한 번 더 불러봤다.
전보다 조금 더 자연스러웠다.
원이도, 연이도, 정이도
각자 그 이름을 자기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같은 이름이었지만,
받아들이는 모양은 셋 다 달랐다.
✦
냠냐미가 그 모습을 가만히 봤다.
펠다들이 늘어나냐미.
냠냐미의 꼬리가 살랑살랑거렸다.
‘소중한 것들이 자꾸 늘어나냐미.’
✦ ✦ ✦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연이가 갑자기 손뼉을 쳤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 나중에 다 같이
소풍 한번 가는 거 어때요?? 날도 좋은데.”
“소풍이요?”
“네! 냠냐미도 데리고~
날 좋은 날 골라서, 도시락도 싸 오고!
캠프파이어 같은 것도 하는 거예요. 어때요?”
연이가 신이 나서,
앞에 있는 정이를 보며 말했다.
정이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시간만 맞으면.”
원이도 웃었다.
“시간 되면, 저도 좋아요.”
✦
냠냐미가
셋을 번갈아 봤다.
‘소풍 가냐미~?’
냠냐미도 기분이 좋은 듯
연신 냐냐거렸다.
✦
다들 소탈하게 웃었다.
날짜를 정하진 않았다.
아직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다.
그냥 말로만,
언젠가, 하고
흩어질 약속이었다.
그래도
셋의 얼굴이 내내 밝았다.
✦
(벨소리)
연이의 핸드폰이 울렸다.
“세상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네요.”
연이가 울리는 핸드폰을 가리키며,
먼저 일어섰다.
“저 먼저 가야겠어요.
만나서 너무 즐거웠어요.
자주 봐요. 우리.”
연이는 냠냐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냠냐미!! 오늘의 간식 두고 갈게!
나의 센스에 너무 놀라지 마~~! 내일 봐!”
그리고 둘을 향해 인사했다.
“저 그럼, 우리 펠다들도 또 봐요!”
냠냐미와 펠다들이 손을 흔들어주었다.
연이는 골목을 빠져나갔다.
✦
정이도 따라 일어섰다.
“원이 씨 저도 가볼게요.
내일 아침에 또 달려야 하니까.”
“만나서 즐거웠어요.”
원이도 옷 끝을 정리했다.
“저도 즐거웠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정이 씨.”
원이가 손을 흔들며 목인사를 하자,
정이도 가볍게 인사를 했다.
정이는 모자를 고쳐 쓰고,
일정하게 멀어졌다.
✦
원이가 마지막으로 일어섰다.
냠냐미를 쳐다봤다.
“오늘 친구 많았네.”
냐! 오늘은 펠다 풍년이었냐미.
(냐! 냐아앙냐아아냐~)
“냠냐미. 아까 길 잃어서 무서웠지?
자꾸 멀리 돌아다니지 말구,
여기 간식 많네.
먹고 집에서 푹 자자. 알겠지?”
알았냐미~ (냐~)
✦ ✦ ✦
혼자 남은 냠냐미가
세 사람이 사라진 방향을 차례로 봤다.
연이가 사라진 쪽.
정이가 사라진 쪽.
원이가 사라진 쪽.
...
냠냐미의 시선이 비닐 속 닭가슴살로 향했다.
캬! 연이가 준비한 오늘의 간식은
닭가슴살이냐미~~~!
냠냠.
냠냠.
냠냐미는 쩝쩝대면서
돌 뒤를 건너다봤다.
‘아직은 심심할 틈이 없냐미~ 히히.’
✦
오늘은 배도 부르고, 마음도 불렀다.
‘다 같이 가면 좋겠냐미.’
냠냐미는 캠프파이어 앞에서
멋지게 노래하는 자신을 상상하며
발을 팡팡팡 굴렀다.
깜짝 선물이 될 거냐미. 키키키.
냠냐미는 눈을 감고 앞발을 모았다.
‘오늘도 감사한 하루냐미.’
✦
냠냐미는 방석 위에 동그랗게 웅크리려다
옆으로 다리를 뻗고 누웠다.
냠냐미는 둥그레진 배를 보다가 하늘을 봤다.
달이 더 둥글어져 있었다.
✦
수풀이 흔들렸다.
바람은 거의 없었다.
어둠 속에서, 한 쌍의 에메랄드빛이
그 모임이 흩어진 자리를 오래 바라보다가,
천천히 감겼다.
✦ ✦ ✦
7장 「세 별은 같은 곳에 모여」 끝 · 8장에서 계속
세일러서니
문우리
반창고
틱톡시아중
여린왕자
크림시아
차니맘
뇸뇸
샤니
별보러갈래
촉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