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행복이라는 이름
며칠이 지났다.
골목의 흙바닥이 다시 단단해져 있었다.
햇볕이 안까지 길게 들어왔다.
제법 봄냄새가 났다.
✦
냠냐미는 방석 위에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구르는 중이었다.
데구르르.
데구르..르.
데구르...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몸이 무겁냐미?
냠냐미는 요 며칠
식량 걱정 없이 채워져 있는 대로
신나게 먹고 마신 하루들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군살이 쪼~꼼 붙은 느낌이냐미.
냠냐미는 배를 조물조물 만지다가 두드렸다.
통통~
맑은 소리가 났다.
...
운동을 해야겠냐미!
누운 채로 짧은 뒷다리를
천장 쪽으로 들었다 내렸다.
하낫, 둘. 후.
하낫, 둘. 후하.
헛... 둘......
다섯 번도 채우지 못하고 내려간 다리는 올라오지 않았다.
고롱. 고롱.
살살 부는 바람이 자장자장 스쳤다.
✦
다음 날 아침,
자고 있는 냠냐미의 콧잔등에 빗방울이 튀었다.
날씨 좋냐미~ 냐함.
냠냐미는 잠이 덜 깬 눈으로
사료 그릇부터 확인했다.
‘역시 가득하냐미. 후후.’
방석의 한쪽 끝이 따뜻해져 있었다.
냠냐미는 그쪽으로 굴러갔다.
데구르르.
툭.
냠냐미의 등이 네모난 무언가에 닿았다.
냠냐미가 고개를 돌렸다.
오잉? 저게 뭐냐미.
구석에 스케치북과 크레파스가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원이가 두고 간 거냐미?’
제대로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
냠냐미는 앞발로 스케치북을 넘겼다.
휘릭.
첫 페이지가 들렸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며칠째 떠오르지 않는 것이 있었다.
뭔가... 있었냐미...
냠냐미는 빈 종이를 멍하니 쳐다봤다.
잡히지 않는 이름이었다.
흠.
시선이 옆에 있는 크레파스로 흘렀다.
호오. 색이 아주 많냐미~
냠냐미는 앞발로 크레파스 위를 쭉 쓸다가
하늘색에서 멈췄다.
크레파스를 집어 들었다.
슥.
하트 하나.
슥슥.
하트 둘.
✦
소녀가 두고 간 작은 라디오 위로
햇빛이 가늘게 내려앉았다.
✦ ✦ ✦
이른 아침,
보슬보슬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원이는 알람 없이 눈을 떴다.
‘오랜만에 여유로운 아침이네.’
원이는 바로 일어나지 않고,
이불에서 조금더 사부작댔다.
다리를 펼쳤다 오므렸다 하다가
무릎을 접어 옆으로 누워 핸드폰을 봤다.
습관처럼 들어간 소셜미디어에는
알고 싶지 않은 정보가
끊임없이 흘렀다.
‘나만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 건가.’
원이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아까운 휴일을 이렇게 날릴 순 없지.’
원이는 기지개를 켰다.
의무를 다한 재킷은 드라이클리닝 비닐에
싸여 반듯하게 걸려 있었다.
‘집 근처라 다행이야. 출퇴근도 유연하고.’
원이는 침대에서 일어나 양치를 하고,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셨다.
자기 전에 싹 치워둔 주방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마음이 심란할 땐
청소를 해야 해. 깨끗하니 좋다.’
원이는 주방 찬장을 열었다.
‘어디 보자...’
텅 비어 있는 찬장이
주방만큼 깔끔했다.
‘볼 게 없네...!
장 보러 다녀와야겠다.’
✦
동네 마트는 아침부터 북적거렸다.
원이는 카트에 레토르트 몇 개를 대충 집어넣었다.
‘...엄마 밥 그립다.’
“시식 한 번 해보세요~
새로 나온 밀키트인데
만들기도 편하고 아주 든든해요.”
점원이 종이컵에 작게 자른 음식을
집게로 넣으며 원이에게 내밀었다.
원이는 손을 저으며,
손가락으로 아무 곳이나 가리켰다.
“저, 저쪽...! 저쪽에 살 게 있어서,
갔다가 보고 올게요. 감사합니다.”
“네~ 다녀오세요~”
원이가 어색한 웃음을 보였다.
‘저번에 괜히 미안해서 샀다가,
제대로 먹지도 못했잖아.’
‘...얼굴 기억하시려나.
이따가 돌아서 가야지...’
저쪽으로 아무렇게나 향한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애완 코너를 향했다.
✦
고양이와 개 그림이 요란했다.
[우리 아이 뼈 건강, 신경 쓰인다면?
고민하지 마세요!]
[우리 아이의 윤기 나는 모질 관리,
신경 쓰고 싶다면?
고민하지 마세요!]
[둘 다 놓치고 싶지 않다면?
고민할 필요가 있나요?
프리미엄이죠!]
‘뼈 건강... 모질 관리...’
‘프리미엄... 힉. 너무 비싸네.’
집었던 프리미엄을 다시 윗칸에 올려두었다.
원이는 하나씩 뒷면을 읽고,
나란히 두었다.
그리고 결국,
제일 높은 칸의 사료를 집었다.
‘둘 다 놓치고 싶지는 않은데...
고민은 많이 했습니다...!’
카트 안에서 제일 비싼 것은 사료였다.
✦
원이는 적당히 소분해 온 사료 봉지를 들고
집을 다시 나왔다.
앞뒤로 우산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다들 바쁘게 사는구나.’
원이의 걸음만 느렸다.
‘나도 내일 첫 출근!’
공원 한쪽에 못 보던 흰 가림막이 둘러쳐 있었다.
✦
원이는 지나가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번 봄엔 비가 많이 오네.’
“어어— 조심, 조심.”
가림막 안쪽에서 소리가 띄엄띄엄 넘어왔다.
‘이제 이 봄비가 그치면, 금방 여름이 오려나.’
원이는 가림막을 피해
우산을 높게 들어 올리며 길을 지나갔다.
‘냠냐미 비 온다고 산책하고 있겠다.’
생각만으로도 원이는 웃음이 났다.
✦ ✦ ✦
골목 입구 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냠냐미가 색칠하던 손을 멈췄다.
귀가 한쪽으로 쫑긋했다.
‘원이냐미?’
✦
“어?”
“비 오면...
산책하러 가는 거 아니었어?”
냠냐미가 스케치북에서 고개를 들었다.
산책은 날씨가 이 몸을 원할 때,
그리고 이 몸이 응답할 때 하냐미!
(냐아아냐아 냐냐앙냐아냥!)
원이는 야옹거리는 소리만 들었다.
‘그때는 역시 꿈이었나...’
✦
원이는 손에 챙겨 온
사료 봉지를 들어 보이며 멋쩍게 웃었다.
“이거... 네 거.”
찾았냐미! 자동사료냐미~!
(냐아아앙! 냐아앙냥~!)
폴짝.
부지런한 사람은 원이였냐미~
고맙냐미~~
(냐앙냐아앙~ 냥냥~~)
폴짝.
✦
원이는 주위를 맴도는 냠냐미를 보며,
익숙하게 사료 그릇을 채웠다.
‘잘 먹었네.’
부시럭.
부시럭.
냠냐미가 뒤에서 봉지를 뒤지고 있었다.
“뭐 찾아?”
김밥은 없냐미?
(냐냥냐아?)
냠냐미는 앞발로 기다란 김밥을 흉내 내고
냠냠 먹는 척을 했다.
원이가 그런 냠냐미를 귀엽게 봤다.
“사료보다 사람 음식이 더 입에 맞는구나?”
냠냐미가 우쭐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연하냐미~ 훨씬 맛있냐미~~
(냐냐~ 냐냐냥~~)
냠냐미의 우쭐한 표정에 원이가 웃었다.
원이는 사료를 그릇에 마저 부었다.
사르륵.
알갱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소란스럽지 않게
원이는 봉지 끝을 한 손으로 받쳤다.
“그래도 사료가 메인이야.
사람 음식 많이 먹으면 고양이는 아파요~”
...쳇.
(멬.)
냠냐미의 튀어나온 주둥이가
한 번 더 앞으로 삐죽 나왔다.
✦
봄빛이
둘의 어깨 위에 내렸다.
어디선가 잎사귀가
사그락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렸다.
✦
“그림 그리고 있었어?”
냠냐미가 어깨를 으쓱했다.
냐. 여기에 이 몸을 위한
취미 도구까지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냐미.
(냐. 냐냐아앙냐앙냥냥.)
“아~ 여기 있던 거 내가 옆으로 치워둔 거네.
냠냐미 그림 잘 그린다~”
냐? 그럼 원래 내 거인가 보냐미~
(냐? 냐아아 냐야옹~)
냠냐미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
원이가 스케치북을 봤다.
펼쳐진 페이지에는
하늘색으로 칠한 작은 하트가 둘 있었다.
“하트?”
냠냐미는 열심히 색을 칠하느라 조용했다.
원이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냥 낙서인가?”
낙서 아니냐미!
(뇨뇨냐앙!)
냠냐미가 고개를 휙 돌렸다.
‘깜짝이야.’
“그치그치. 낙서 아니고, 잘 그린 그림이네.”
냠냐미의 수염이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
사실 무엇을 그리는지
냠냐미도 알지 못했다.
✦ ✦ ✦
원이가 손바닥을 앞으로 뻗었다.
‘비가 오다 말다 하네.’
원이가 냠냐미 옆에 앉았다.
폴짝.
폴짝.
냠냐미의 풍성한 꼬리가 처마 아래 기댄 작은 라디오를 스쳤다.
딸깍.
라디오 소리가 흘러나왔다.
[...니다. ...오늘은 울적한 사연들이 많이 왔네요...]
“깜짝이야.”
‘나 오늘 왜 이렇게 잘 놀라지...’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게 되지요.
울적한 사연들을 싹 잊게 해줄 다음 신청곡입니다.
...
보니 엠이 부릅니다. 펠리시다드.]
신나는 디스코 음악이 흘렀다.
(...펠~~리~시~다~~드 ... 펠~~리~시~다~~드 )
냠냐미의 귀가 쫑긋했다.
[네, 후렴구에 나오는 펠리시다드는 행복이라는 뜻을 가진
스페인어인데요. 외국 노래 들으면 자주 만나는 단어죠!
...
노랫말처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라면서~
오늘의 날씨와 교통정보 알려드리러 다녀올게요~]
(오늘도 ~ 좋은~ 아침~ 오좋아~)
(오늘도 ~ 좋은~ 아침~ 오좋아~)
(상쾌한 아침이 필요할 땐 어서 달려오세요~)
라디오는 계속 흘렀다.
✦
냠냐미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중이었다.
원이가 라디오를 보고,
냠냐미를 봤다.
“라디오도 듣고...
구미묘~ 인간 금방 되겠는데...?”
냠냐미의 시선이 바닥을 향했다.
잡을 수 없는 기억이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듯했다.
끄응.
냠냐미가 기억하기를 포기하고,
원이를 올려다봤다.
그 순간,
원이 위로 저번에 봤던 하늘색 잔상이 보였다.
엇!!!
(냐앗!!!)
펠리시다드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굴러다니다가
며칠 동안 잡히지 않던 자리에 멈췄다.
펠리시다드... 펠리시다드냐미?!
(냐오옹냐옹... 냐오옹냐옹냐?!)
펠...다냐미!!
(냐옹...냐야옹!!)
✦
냠냐미가 스케치북을 봤다.
다시 하늘색 크레파스를 집었다.
슥슥슥.
그려둔 하트 둘 옆에
하트가 하나 더 생겼다.
세 개의 하트가
서로의 가장 뾰족한 부분을 품었다.
모아진 하트 사이로 작은 줄기 하나를
스윽.
아래로 그었다.
어디서 본 듯한 하늘색 세잎클로버가 있었다.
✦
원이의 시선이 그림에 닿았다.
종이 위에서 아주 잠깐,
푸른빛 같은 것이 옅게 번졌다가 사라졌다.
순간 원이의 귀가 먹먹해졌다.
빗소리가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요즘 나 많이 피곤한가.
연달아서 면접을 봤더니...’
원이가 머리를 저었다.
“펠다냐미!”
(냐옹냐!)
‘또 들린다!’
“팬다?”
“펠다냐미!!”
(냐옹냐!!)
‘그때처럼...
냠냐미 말이 들린다...!’
원이는 팔을 꼬집었다.
이번에도 아픔이 느껴졌다.
‘꿈 아닌데.’
‘나 한 번씩...
냠냐미의 말을 들을 수 있게 된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났다.
✦
원이가 그림을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근데... 팬다랑은
아무래도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
“팬다가 아니냐미! 펠다냐미!!!”
(므웨옹뇨뇨! 냐옹냐야옹!!!)
“...펠다??”
“펠리시다드가 길어서 내가 줄였냐미.”
(냐오옹냐옹야옹야옹.)
냠냐미는 방금 만든 이름이
만족스러운 듯 몇 번이고 말했다.
“행복이라는 이름이냐미. 히히.”
(냐앙냐앙야야야옹. 냐냐.)
원이가 나지막이 말했다.
“펠다.”
원이의 모습 위로 하늘색 세잎클로버 잔상이
전보다 또렷하게 떠올랐다.
✦
‘꿈같은 하루가 끝나지 않고,
이어지고 있어.’
“행복해.”
자기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냠냐미의 귀가 바로 반응했다.
“냠냐미랑 있으면 행복하냐미~~?”
(냐아냐야옹 냐앙냐앙야옹~~?)
‘엇.’
원이가 대답 대신 조용히 웃었다.
“그러니까 펠다냐미!”
(야옹 냐옹냐야옹!)
분명히 원이를 보고 있었다.
“...나?”
냠냐미가 끄덕였다.
원이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내가 펠다...야?”
“냐냐~”
(냐냐~)
냠냐미가 다시 끄덕이며 활짝 웃었다.
‘...펠다.’
그 이름을 부르니, 가슴 안쪽이 따뜻해졌다.
✦
라디오는 계속 흘렀다.
(Welcome to today~ 오늘은 처음이야~
심장이 뛰고 있잖아 무엇이든 해보는 거야~)
✦
원이가 냠냐미만 들릴 만한 소리로 말했다.
“너랑 있으면.
...내가 자꾸 웃게 돼.”
...
“...고마워.”
냠냐미가 원이를 봤다.
“나도 고맙냐미~!!”
(냥냥냐앙~!!)
...
둘은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Welcome to today~ 아픔도 슬픔도 goodbye~
더 단단해질 나를 믿어봐~)
냠냐미가 말했다.
“오고 싶을 땐 오라냐미.”
(냐아옹냐야옹야옹.)
...
“...그리고 떠나고 싶을 땐 떠나라냐미.”
(냐야옹냐냐앙냐.)
원이는 냠냐미의 마지막 말에
가슴 한구석이 툭 내려앉았다.
‘내가 뭘 잘못 말했나..?’
방금 나눈 말들을 빠르게 되짚었다.
“...왜 그렇게 이야기해?”
원이가 냠냐미를 보지 못하고 물었다.
“냠냐미는 내가...
...
떠났으면 좋겠어?”
냠냐미의 얼굴에 진지한 표정이 스쳤다.
하지만 알아차릴 새도 없이 빠르게 활짝 웃었다.
“...그런 건 아니냐미.”
(뇨뇨냐옹.)
......
“...좋아서 있어주는 게,
......
냠냐미는 좋냐미.”
(냐아냐냐옹야옹.)
원이가 잠시 생각하다,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난 좋아서 여기에 있어.”
냠냐미가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했다.
작은 몸뚱이는 기분 좋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르릉 댔다.
✦
그르릉.
그르릉.
냠냐미는 원이에게 가까이 갔다.
그리고 짧은 앞발을 들어
원이의 머리에 콩 찍었다.
“화이팅 빔! 원이 오늘도 힘내라냐미!”
(냐아옹냐! 냐냐옹야옹야!)
냠냐미는 다시 한 발 물러나 앉았다.
원이가 머리를 만져봤다.
작은 발이 닿은 자리에,
냠냐미의 온기가 남아 있는 듯했다.
✦
쨍한 햇빛 속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반짝였다.
‘딱, 그 날 같은 날씨네.’
‘그 날 같은 날씨냐미.’
서로의 그림자가 그 날처럼 닿았다.
✦
탁.
해가 떨어지고 가로등이 동시에 켜졌다.
원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털었다.
“구미묘!”
냐~
냠냐미가 원이를 올려봤다.
“밥 잘 먹고 있어~!
저거 몸에 좋은 영양이 가득 들었대.”
냐냐~
원이는 냠냐미에게 손인사를 하고 골목을 나갔다.
며칠 전과는 다른 일상복 차림이었다.
✦
혼자 남은 냠냐미는
스케치북 위에 그려진
하늘색 세잎클로버를 오래 쳐다봤다.
✦
라디오 소리가 이제는 귀를 기울여야만 들렸다.
(Bloom~~
full of fruit~ Full of fragrance~)
라디오에 조금씩 잡음이 섞이기 시작했다.
(...think 지직. ...moment 지직.
...happy happy 지지직. )
✦
달이 차오르고 있었다.
며칠 전 가는 호에서,
오늘은 한쪽이 거의 둥근 상현달이었다.
✦
바람에 나뭇가지가 인사하듯 흔들렸다.
✦ ✦ ✦
어두운 골목 끝,
한 줄기 달빛에 닿은 푸른 회색털이
은빛으로 반사되었다.
에메랄드빛 눈 한 쌍이
어둠 속에서도 그 빛을 잃지 않고 있었다.
라디오의 마지막 한 음이 작게 새어 나오다
(...happy ending is ours... 치직—)
사라졌다.
그 빛은 소리가 끊긴 뒤에도
잠시 그 자리에 머물다가,
천천히
꺼졌다.
✦ ✦ ✦
3장 「행복이라는 이름」 끝 · 4장에서 계속
여린왕자
세일러서니
봉봉
문우리
EMT 민이는 달이좋아
차니맘
앗
짱덕
반창고
문옹
차니맘
연장과교복
별보러갈래
사고리
여린왕자
별보러갈래
촉새